앉아서 자는 유전자

안녕!

어릴 때, 어느 아침에, 적어도 아침엔 거의 들어가본 적이 없던 안방엘(? 왜?) 무슨 마음을 먹었는지 들어가본 적이 있다. 그리고 깜짝 놀랐다. 아빠가, 아빠가... 앉아서 자고 계신 거였다. 나중에 얘길 들어보니까 종종 그러셨다고 한다. 일어나려고 마음은 먹었는데, 그래서 앉긴 앉았는데, 잠을 마저 못 깨고, 다시 잠든, 그런 거였다.

요 며칠 전 아침에 동생 방에 들어갔다가 깜짝 놀랐다. 얘가 앉아서 자고 있는 거야! 아침마다 어머니와 싸우는 통에 잠을 잘 못 깬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원, 참. 옛날에 나는 어머니를, 동생은 아버지를 닮았다는 얘길 들었는데, 정말 그렇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도 앉아서 자는 행위에 영향을 끼치는 유전자군이 있어서, 내 동생은 그걸 물려받은 거다.

그럼 나는 어머니에게 무엇을 물려받았는고 하면... 눈에 띄지 않는 유전자를 물려 받은 건가.

갑작스럽지만 결론. 난 다리 밑에서 줏어온 거야! (펑)

by 어이 | 2008/07/12 02:32 | 어이, | 트랙백 | 덧글(0)
이글루스 피시

아까 글을 쓰다가 이상한 걸 발견했다.

누르면 커진다. 모르겠는가?



이어지는 내용
by 어이 | 2008/07/11 02:09 | 어이, | 트랙백(1) | 덧글(3)
연애는 노블링 그 이후: 사흘간의 혈투

안녕!

지난번 연애는 노블링이라는 글에서 예고했던 바대로 공략을 감행해 성공했다. 이제는 좀 지난 얘기지만, 시간이 조금 생긴 관계로 짧고도 길었던 사투를 시간대별로 정리해볼까 한다. 여러 가지로, 예고했던 대로였다.

2008년 7월 5일 자정 무렵

  • 2008/07/04 ??:?? - 내가 호시탐탐 노리던 타겟을 옆집 아저씨가 건드렸다가 망했다고 고백함
  • 2008/07/04 ??:?? - 그 말을 듣고 확인하니 Killerz라는 부족에 들고 옆 땅을 하나 먹었음
  • 2008/07/04 ??:?? - 899마리 정탐을 본진으로 보냄
  • 2008/07/04 19:18 - 본진에 정탐 도착, 899마리 중 431마리 죽음(ㅠㅠㅠ) 방어병력 확인
    • 검병: 2000
    • 궁병: 400
    • 정탐: 1100
    • 기마: 1296
    • 무장: 200
    • 투석: 100
  • 2008/07/04 ??:?? - 499마리의 정탐을 다른 마을에 보냄. 본진의 병력이 움직일까봐 본진에도 정탐 1마리 보냄
  • 2008/07/04 23:45 - 두번재 마을에 정탐 도착, 499마리 중 127마리 죽음(...) 방어병력 확인
    • 창병: 285
    • 검병: 477
    • 궁병: 478
    • 정탐: 400
    • 무기: 99
  • 2008/07/04 23:53 - 정탐 한 마리, 장렬히 전사
  • 2008/07/05 01:46 - 연애는 노블링이란 글을 뻔뻔히 작성
  • 2008/07/05 09:45 - 밤 사이 병력이 움직였는지 확인하기 위해 본진에 남아있던 모든 정탐을 다 보냄
    • 검병: 2118
    • 궁병: 400
    • 기마: 1296
    • 무장: 200
    • 투석: 100
    • 이 정보를 알아내기 위해 내 정탐 649마리 중 626마리 자폭(지못미 ㅠ)
    • 이제 정탐 보내기가 힘들다
    • 검병의 증가는 미리 찍어놓은 것인 듯하고 나머지 병력은 미동 없다
  • 2008/07/05 17:44 - 본진으로 병력 지원을 막기 위해 상대의 2번 마을을 역시 내 2번 마을의 전 병력으로 때린 결과
    • 내 병력: 부병(1795 -> 62), 정탐(100 -> 0), 기마(809 -> 437), 공성(43 -> 41)
    • 상대 병력: 창병(285 -> 0), 검병(626 -> 0), 궁병(478 -> 0), 정탐(400 -> 0), 등..
    • 결과: 동귀어진(흑흑흑)
  • 2008/07/05 18:40 - 본진 전 병력 vs 본진 전 병력
    • 나: 도끼(1501 전멸), 기마(2281 -> 36), 공성/투석(전멸)
    • 적: 전멸
    • 결과: 동귀어진
    • ... 괜찮아! 서로 다 죽었으니 노블링 할 수 있는 내가 유리해!
  • 2008/07/05 21:54 1차 노블링
    • 운 -23, 그동안 조금 뽑힌 상대 병력에 전멸..
    • 전멸..
    • ...
  • 2008/07/05 21:54 2차 노블링 - 충성도 100 -> 78
  • 2008/07/05 21:54 3차 노블링 - 충성도 78 -> 47
  • 2008/07/05 21:54 4차 노블링 - 충성도 47 -> 22
  • 2008/07/05 ??:?? 망연자실한 나. 결과를 믿을 수 없는 나
    • 노블이 돌아오는 데 다섯 시간, 다시 보내는 데 다섯 시간 총 10시간
    • 10시간 동안 충성도는 32까지 오를 예정
    • 노블 한 마리가 깎을 수 있는 충성도는 20 ~ 35
    • 두 마리 더 보내야 됨
    • 병력이 다 죽어서 추가 자원은 보충이 안 됨
    • 마을을 먹어도 불안하다는 사실을 이때쯤 깨달음
  • 2008/07/06 03:48 본진에 남겨놨던 노블과 얼마 안 남은 방어 병력을 달달 긁어모아 쏜 결과
    • 전멸
  • 2008/07/06 09:16 또 남은 병력을 달달 긁어모아 쏜 결과 전멸은 면했지만 노블만 달랑 죽음(흑)
  • 2008/07/06 12:50 방어 병력이 쌓일까봐 다른 마을에서 전 병력 보내 정리함(아까 전멸한 마을이라 전 병력이래도 얼마 안 됨..)
  • 2008/07/06 13:42 새로 만든지 얼마 안 된 또 다른 마을에서 전 병력 보내 정리(여기도 병력이 얼마 안 됨). 왠지 불안함이 가중됨
  • 2008/07/06 13:53 1차 노블링
    • 병력이 없어서 또 방어 병력만 조금 데리고 출발
    • 벌벌 떨면서 결과를 확인한 결과
    • 충성도 38 -> 8
  • 2008/07/06 14:32 2차 노블링
    • 충성도 9 -> -26

긴 사투 끝에 승리했으나 상처뿐인 영광..

그래도 좋다

에헴!

by 어이 | 2008/07/11 02:07 | 어이, | 트랙백(1) | 덧글(1)
중환자실에서 배우는 인생(2)

안녕!

내가 입원한 건 폐 여기저기에 혈관이 터져서 폐에 피가 차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기침할 때마다 폐가 압박되니까 혈관이 더 많이 터지고, 폐에 피가 가득 차면 죽는 거다. 그래서 병원에 갔다. 갔는데, 무슨무슨 수술을 해야겠다고 하는데, 수술, 수술이란 언제나 무섭지 않니. 간단한 수술을 할 때도 수술동의서에 서명을 받는데, 하얀거탑을 보니 생길 수 있는 최악의 상황을 고지하지 않으면 의사가 불리해지는 모양이다만, 동의서를 받으려는 주제에 의사들은 항상 겁을 주는 거야. '이래도 할래? 이래도 할래?' 그래서, 나는 결국 못했다. 성공한다는 보장도 없고, 성공해도 완치되는 것은 아니라고 분명히 말했지만, 폐를 절제하는 것 외에도 방법이 있다는 거다. 시도라도 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혈관이 터지는 이유는 특정 부위의 혈관이 석화되어서 그런 건데, 그 부분을 아예 제거하는 게 재발 위험도 없고 제일 깔끔한 방법이다. 그리고 내가 시도한 방법은 사타구니 사이의 대동맥으로 가느다란 도관을 넣어 문제가 되는 혈관을 하나 하나 땜질하는 거다. 국소마취만 하고 정신이 있는 상태에서 시술을 했는데, 혈관으로 관 하나를 넣어서 엑스레이를 매번 찍어가면서(엑스레이는 아닌 것 같고 특정 신호에 발광하는 약물을 혈관에 넣은 다음 그걸 뭐 어떤 방법으로든 찍는 건데 잘 모르겠다) 현재 위치를 파악해서 땜질을 하는데, 참 대단한 기술이구나 하고 생각했다. 마취를 안 해서 지루했지만. 아무튼 기술의 대단함과는 별개로 결과는 신통치 않았다.

혈관마다 사정이 다르니까 막을 수 있는 게 있고 없는 게 있는 데다가, 시술 당시에는 안 터진 혈관이 다음 번엔 터질 수도 있는 거고, 그래서 효과를 보장할 수 없다는 것이다. 간단한 시술이어서 그런지 끝나고서는 준 집중치료실에 입원했다. 근데 며칠동안 속이 좀 불편해서 계속 얘기를 했는데 계속 무시를 하더라. 그럴 수 있어요, 약 먹어보세요, 기다리면 괜찮아질 거에요. 너무 오래 누워서 허리가 아픈 상황이라 정확히 어디가 또 아픈지 알 수 있을 정도로 민감하지 못한 상황인데, 이게 심한 통증이 오는 것이 아니라 느리고 무겁게 욱씬거리거나 계속 불편하기만 한 상태라 그렇다면 그런가보다 했다. 그런데 며칠이 지나도 나을 기미가 안 보이길래 내가 요 며칠 전에 피를 토하다가 다 뱉질 못하고 삼킨 것 같은데 이게 위에 들어가서 뭐 잘못된 게 아니냐, 위염같은 게 아니겠느냐, 뭐 여러 가지 이론을 제시했지만 통하질 않았다. 그러다가 어느날 밤 쌓이고 쌓여 심한 통증이 찾아온 거다. 아파죽겠다는 집중치료실에 있는 환자를 엑스레이 찍으러 지하에 내려가라고 할 수도 없고, 휴대 엑스레이를 가져오라고 했는데(이게 휴대라지만 여러분이 상상하는 그런 휴대가 아니다), 한 밤중이라 연락도 잘 안 되고 오래도 기다리게 하더라. 결국은 장폐색이라는 결론이 났다. 그러게 내가 며칠 전부터 불편하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여러분. 네? 장폐색이라는 건 환자가 오래 누워 있다보면 장 운동이 느려져서 식사를 제대로 흡수를 못해서 생기는 거다. 오래 누워 있다고 말해서 생각나는 건데... (아니, 꼭 그런 건 아니다.)

퇴원하고 회사에서 급하다고 떼를 써서 다시 출근을 했다. 그리고 며칠만에 다시 객혈을 해서 병원에 갔다. 양이 그리 많지 않아 약물 치료를 하고, 아 이제 퇴원하셔도 되겠습니다 해서, 기침을 멈추게 해주는 약을 끊고, 퇴원을 기다리고 있는데 회사에서 언제 나올 수 있냐고 전화가 왔다. 응, 사람을 뭐라고 생각하는 건가? 그리고 퇴원하는 그 날 아침 다시 객혈을 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나는 회사에서 보채는 바람에 그리 됐다고 설명하길 좋아한다.)


사진에서 왼쪽 위(우상엽)가 문제의 폐결핵 흉터

이제는 별 수 없이 잘라버리는 수 밖에. 오래 함께했던 나의 나비여 안녕. 그래서 앞에서 말한 그 중환자실(집중치료실;ICU)에 들어가게 된 것이다. 여러분도 알겠지만 수술하기 전날 밤에는 식사를 할 수 없다. 내 경우 수술이 8시간 가까이 진행됐고, 그래서, 내가 얼마나 허기졌겠는가? 하지만 미음이라도 내 손으로 마시게 되는데는 며칠이 걸렸다. 그리고 또 며칠 후 죽을 먹을 수 있게 되고나서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 하지만 기억하시는가? 오래 누워 있다보면 장폐색이 생길 수 있다! 틀림없이 뭔가 이상한데, 해결을 안 해주는 거다. 장폐색이 밝혀지고 나는 또 며칠 간 아무 것도 먹지 못했다.

자, 그렇게 먹는 건 해결이 되었으나, 난 거기에 18일이나 숙박을 하였으니 이야기가 많이 남았다. 사람이 먹는 게 해결이 되면 이제 숨을 쉬어야지. (어?) 수술을 막 끝낸지라 스스로 호흡하는 능력이 약해져서 호흡기에 의지를 하고 있는데, 언젠가는 호흡기를 떼야 하므로 의식하지 않고도 숨을 잘 쉴 수 있도록 연습을 해야 한다. 산소 공급량을 조금씩 줄이고, 호흡기를 더 작은 걸로 바꾸고, 가끔은 호흡기를 떼고 숨을 쉬기도 했다. 그렇게 산소 공급량을 한 단계씩 줄이고 있는데 어느 순간 갑자기 호흡이 힘들어졌다. 연습이다 생각하고 참아봤지만 다시 예전처럼 잠도 못잘 정도로 힘들었다. 내 담당 레지던트에게 물어봤지만 학생은 잘 할 수 있다면서(저 학생 아니에요) 조금만 힘을 내보란다. 그래서 좀 참아봤다. 그러다가 갑자기 혈중산소농도가 떨어져서 숨을 쉴 수 없게 됐다. 선생님 좀 도와주세요, 숨이 안 쉬어져요, 이렇게까지 했는데도 제가 도와드릴 수 없습니다, 최악의 경우 할 수 있는 방법은 있지만 아직 그 정도는 아니에요 이런 소리나 하는 거다. 어쨌든 그의 말대로 나는 다시 숨을 쉴 수 있게 되었고, 그래 역시 의사는 의사구나, 그러고 말았다. 다음날 회진 온 교수에게 그 얘기를 했더니, "그래? 그럼 산소 좀 올리지."

의사는 신이 아니다. 환자는 의사가 신이길 원하지만, 그들도 사람이라 실수를 한다.

갑작스럽지만 결론. 전문가도 실수한다. 하지만 전문가는 수습하는 방법을 안다. 아니면, 최소한 수습할 수 있는 사람이 누군지는 안다.

by 어이 | 2008/07/10 00:19 | 헤이 | 트랙백 | 덧글(8)
중환자실에서 배우는 인생

안녕!

알다시피 삼년 전 이맘 때 나는 중환자실(집중치료실; ICU)에 있었다. 긴 잠을 잔 기분에 조금씩 정신을 차리는데 제일 먼저 느낀 것은 소리였다. 삑 삑 하는 전자음, 쐐액 쐐액 하는(사실 뭐 이렇게 무서운 소리는 아니었다) 기계의 도움을 받은 숨소리, 눈을 떠보니 내 몸은 작은 방 안에 놓여 있었다.

거기는 ICU의 일부를 몇 장의 긴 판때기를 세워 만든 부실한 곳이었는데, 그래도 나름 문도 달렸고 프라이버시가 지켜지는 그런 방이었다. 그 큰 ICU에서 방을 가진 사람은 나를 포함해 셋밖에 없었고, 그래서 그 방을 차지하는 데는 나름의 규칙이 있... 을 거라고 생각했다. 정신이 있는 사람이거나, 곧 죽어 나갈 사람이 차지하는 방. 사실 ICU에 들어와 있는 사람들은 겉보기엔 천차만별이지만 다음 날 누가 죽어 나갈진 모르는 거라는 점에서 별반 차이가 없다. 그 밤 나는 고비를 한 번 넘겼고, 매일 매일 시끄럽게 소리 지르던 옆 방 할아버지는, 나갔다. 그러니까, 누가 알겠느냐 말이지.

뭐 그렇게 대단한 건 아니지만, 개수가 제한돼 있어 아무나 가질 수는 없는 방, 나는 거기서 매일 밤 혼자 싸웠다. 처음엔 아편계 진통제의 힘을 빌어 잘 잤다. 몇 시간씩 끊이지 않고 이어지는 꿈을 꾸면서 잘 잤다고 말하긴 뭣하지만 그 뒤로 두 주간 이어진 끔찍한 밤들에 비하면야! 나는 폐 절제를 했기 때문에 숨 쉬는 게 지금처럼 당연하지 않았다. 혈중 산소 농도가 떨어지면 경고음이 울린다. 숨을 열심히 신경 써서 쉬면 농도가 올라가고, 잠시 딴 생각이라도 하면 농도가 내려간다. 그런데 혈중 산소 농도를 표시하는 LED가 내 머리맡에 있어서 나는 볼 수가 없었다. 숫자가 오르는지 내리는지 알 수 없이 위험한 수치로 떨어진 다음에 경고음이 울리고 나서야 알 수 있다는 얘기는, 결국 공포에 쫓기면서, 말 그대로 목숨을 걸고 숨을 쉬어야 한다는 얘기다. 어디 잠깐이라도 안심을 하겠느냐고.

밤이면 ICU에도 불이 모두 꺼지고, 정적이 온다. 나를 지켜봐 주는 간호사도 이제는 별로 없다. 지나가다 닫힌 창 너머로 슬쩍 들여다 볼 뿐이다. 내가 잠들면 경고음을 들을 수 있을까? 아님, 죽을까...? 난 한숨도 못 잤다.

그래서 난 낮에만 잤다. 안심하고 잔 것은 아니고 지쳐서 잤다. 그러던 어느날 그녀가 ICU에 들어왔다.

그녀는 - 내가 그 뒤에 들은 정보를 이리 저리 조합하자면 - 마흔 초반 정도의 여성으로 고래고래 지르던 목청으로 봐서 몸집이 좀 있을 것 같았다. (난 누워 있으니 밖이 안 보인다.) 신경안정제 과다 복용으로 병원에 실려왔고 위세척 후에도 뇌에 후유증이 남은 것 같았다. 자세한 의학적 판단이야 난 잘 모르지만, 그녀의 정신이 좀 이상해졌다는 건 나도 안다. 그녀가 모든 사람이 들을 수 있게 큰 소리로 전화 통화를 시작했기 때문이다.

난 그게 전화 통화라고 생각했다. 저 여자는, 지금 자기가 전화 통화를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거야. 상대방의 대답은 자기 머릿속에서 듣고, 그 사람과 계속 대화를 하는 거지. 그러나 며칠 듣다 보니 전화 통화는 아니었다. 등장 인물이 셋을 넘었다. 나는 낮에만 잘 수 있는데, 그녀의 대화 소리에 통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아픈 사람이 목청은 어쩜 그리 큰지. 하지만 곧 나는 그 이야기에 매달리기 시작했다. 나는 침대에서 일어날 수도 없었고, 라디오는 지직거렸고, 며칠에 한 번 식구들이 들고 오는 만화책은, 참아야 했다. 그렇지 않고서야 다 읽고 난 뒤의 허탈감을 어떻게 견딜까? 차라리 읽지 않는 것이 낫다.

그녀의 이야기는 날이 갈수록 본론을 향해 달려갔다. 처음엔 도대체 알아들을 수 없었지만, 차례로 등장인물이 등장했고, 그들의 캐릭터가 나타났고, 그녀가 처한 상황이 드러났다. 그녀는 어떤 남자를 만났다. 그가 낮에 제정신일 땐 그녀에게 따뜻하게 잘해줬는지, 밤엔 어땠는지, 처음엔 다정하다가 나중엔 그렇지 않게 되었는지, 사정은 모르지만 어쨌든 지금 그녀에게는 그가 문제다. 어쩌면 폭력. 그녀는 친구와 통화를 하고, 오빠와 상담을 하고(친오빠이거나 조폭이거나), 혹은 그 본인에게 사정을 했다. 왜 이래, 제발 이러지 마, 그건 안돼, 그러지 마. 그리고 어떤 사람들이 찾아온다. 오빠, 사람들이 그를 잡으러 왔어! 그는 심각한 골칫거리이지만, 어떤 이유에서든 그를 버릴 수는 없었다. 그리고, 나는 잠들었다. 그리고, 끔찍한 비명과 울음소리. 그가 마약을 한다고. 마침내, 인지.

갑작스럽지만 결론.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없는건 아니다.

by 어이 | 2008/07/09 00:45 | 헤이 | 트랙백 | 덧글(5)
커피와 나

안녕!

난 커피가 무슨 맛인지 잘 모르지만, 가끔 입이 심심할 때 한 잔씩 마시는 걸 마다하진 않았어. 캔 커피가 특히 마시기 좋더라. 양이 너무 적지만. 식사까지는 좀 그렇고, 간단한 약속이 있으면 커피 한 잔 놓고 수다 떠는 정도로, 둘 혹은 그 이상의 사람들 사이에 술잔 대신 놓일 수 있는 음료 잔이랄까, 내게 커피란 그 정도의 의미였지.

내 위장은 그리 튼튼하진 않은 것 같아서 긴장을 하거나 또는 그냥 아무 이유 없이 배가 살살 아파져서 화장실에 갔다가 그냥 별 일 아니었다는 걸 확인하고 돌아오는 일이 종종 있었어. 그러다 어느 날 알았지. 배가 아플 때마다 난 커피를 마시고 있었던 거야. 그래서 커피를 끊었어.

"아아, 전 커피 못 마셔요."

카페에는 참 많은 종류의 음료가 있지만 커피가 들어있지 않은 건 거의 없더라. 전에는 그 많은 커피 음료 중에서 뭘 고르면 좋을지 몰랐는데 커피를 끊은 후에는 그 외에 뭐가 남는지 골라내기가 어려워졌어. 몇 종류의 차를 시험해 봤지만, 뜨거운 건 별로 좋아하지 않고.

출처: 고양이 메롱 | ζove … Αnd … Τime
사진 바꿉니다(예전 사진, 출처)

아무튼 몇 년 전의 이야기. 최근엔 딱히 커피를 마셔야 할 모임 같은 것도 없고. 신경 쓸 때 배가 아파지는 것은 여전하지만 이유 없이 배가 아파지는 일은 거의 없어졌어. 역시 범인은 커피였던 거지. 그러다 보니, 나는 교만해졌어. 혹시 병이 다 나은 건 아닌가? 애초부터 없었던 건 아닐까? 세상에 커피 음료가 얼마나 많은데 아무 것도 마실 수 없다는 건 너무 억울하잖아? 그래서, 가끔 커피를 마시게 되었어. 한 모금, 두 모금, 몇 달만에 한 잔, 한 달에 한 잔...  그리고 이제 당당하게 커피를 시키게 되었다?

지하철 홍대입구역 앞에 한 잔에 이천 원 하는 커피 가게가 있는데, 노트북도 쓸 수 있고(부족전쟁도 확인할 수 있고), 이건 마시지 않는 게 너무 손해인 거야. 이 커피는 '오늘의 음료'이기때문에 커피가 아닌 다른 음료는 제값을 받는다구. 그러니까, 이건 어쩔 수 없는 거야. 그래서 마셨어. 멀쩡하더라! 그래, 사실 커피가 아니라 첨가된 뭔가 다른 재료를 마실 수 없는 거였는지도 몰라. 이제 나도 카푸치노나 아메리카노 정도는 마실 수 있지!

7월 6일 일요일, 어제는 방통대 기말고사가 있어서 시험을 보러 갔다가 중간에 세 시간 정도가 비어서 할리스에 갔어. 거기서 뭘 시켰게? 응, 아이스 아메리카노 그랑데 사이즈요. 그리고, 마셨다? 참고로 두 과목 더 시험이 남아 있었어. 좀 시원한 데서 쉬면서 공부를 할 요량이었는데, 그래서, 세 시간을 버텨야 하니까, 큰 컵으로 홀짝홀짝 마시면서.. 세 모금인가 네 모금을 마셨네? 갑자기 심장이 두근거리면서 벌벌 떨리는 거야. 손도 떨리고, 진정이 안 돼. 어라, 내가 시험을 너무 못 봐서 그런가, 남은 과목이 어려워서 그런가, 홀짝 홀짝. 그러다가 배가 아파오니까, 아, 이거 비싼 돈 주고 샀다고 내가 날 기만하고 있을 때가 아니구나, 반이 넘는 커피는 다 버리고, 그래서.

갑작스럽지만 결론. 싼 커피만 마시자.

by 어이 | 2008/07/07 02:29 | 헤이 | 트랙백(1) | 덧글(0)
연애는 노블링

안녕!

나는 오늘날,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을 정도로 열심히 - 그리고 성공적으로 연애중이지만, 그렇다고 그 방면에 기술적으로 뛰어난 것은 아니다. 성공적으로 돈 잘 버는 게임이라고 항상 기술적으로 뛰어나진 않듯이. 그러므로 처음부터 다시 한다고 여전히 성공적일 거란 장담은 할 수 없는 것이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다만 어제보단 나은 오늘이 되도록, 또는 최소한 돌이킬 수 없는 실수만은 저지르지 않도록 조심하는 것뿐이다. (돌이킬 수 없지 않다면, 아직 돌이킬 수 있는 법이다.) 하지만 남의 연애사를 지켜보며 가타부타 하는 일쯤은 나도 할 수 있는데, 오늘은 주위 동료 중 한 명의 얘길 해볼까 한다.

이 분이 최근에 마음에 드는 분을 만났는데, 쉽게 대시를 못하고 있는 모양이다. 몇 번 운은 띄워봤지만 승리가 확실하지가 않다는 거다. 이럴 때 우리가 왜 소극적이 되느냐 하면, 안전하지 않은 도전을 하고 그 도전에 실패할 경우 우리는 이차 공격을 감행할 기회를 쉽사리 잡을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전세가 안정권에 들어올 때까지 탐색과 추측만으로 며칠 더 시간을 보낸다? 내 눈에 차는 상대는 다른 사람의 눈에도 비슷한지라, 누군가 채가 버리지나 않을까 조마조마하다. 결국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고 하는 것이다. 그것이 연애의 묘미라는데 - 그렇다 치자. 그러나 그것도 한두 번이다.

사실을 고백하자면 내가 지금 바로 그런 상황이다. 열심히 연애중이라면서 무슨 소리냐고? 그런 게 있다. 그냥 생각만 가지고 그러는 게 아니다. 많이 뺏겨봤으니까 하는 소리지.

내가 빨간색, 상대가 파란색. 이 친구는 구천 점에 도달할 때까지 부족도 없고 마을도 하나 뿐이었다. 쉽게 비교하자면 내 가장 큰 마을이 구천 점이고, 대륙 일 위 부족은 삼백만 점에 가깝다. 이런 정세에서 살아남았으니 상당한 방어를 구축하고 있으리라 추측할 수 있다. 내 눈에 그럴 듯하면 다른 사람에게도 마찬가지인 법. 부족에서도 그 이름이 한 번 거론이 되었고, 옆 동네에 사는 아몬이란 이웃은 한 번 찔러보았다가 이미 큰 코를 다친 모양. 이 분이 섣불리 건드리는 바람에 경계만 더 심해졌다.

내가 준비가 될 때까지 기다리자니 누군가 채갈 것 같고 섣불리 덤비자니 나도 같은 꼴이 될 것이고, 어찌해야 할꺼나. 오늘 속을 한 번 떠보는 데 성공했는데 결과적으로 더 골치아파졌다. 전력을 꼼꼼히 따져보니 운 좋으면 대시에 성공하겠고, 그렇지 않으면..

갑작스럽지만 결론. 연애는 노블링, 인생은 부족전쟁!

by 어이 | 2008/07/05 01:46 | 어이, | 트랙백(1) | 핑백(1) | 덧글(10)
뭐래 (2)

달크로즈님의 조언에 따라 모든 글자를 소문자로 바꾸고, 스페인어에서 영어로 해석을 했더니 보기가 좀 낫다.

I have to mother or me or not these conquests of parasite, you are too cowardly for not wanting to face something serious, I das disgust.

however deberis you try to explain the intorectogestion
come and anus. and defeca by OCIC
pathetic I can not believe that I am not conquest
You Are Not more than an invader enclenque want to see that this fact.

or simply do not have to do with

그래도 단어 몇 개가 해석이 안 되어서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짜증난다 이거죠. 게임이 원래 그런 게임인 걸 어쩌나. 안됐지만, 그냥 새로 시작하시게나.

by 어이 | 2008/06/27 14:05 | 어이, | 트랙백 | 덧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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