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 가치 어이,

"그렇다. 난 항상 회색(도덕적으로 흰색도 검은색도 아닌) 캐릭터들에 끌렸다. 난 50년대 초반 윌리엄 포크너의 노벨상 수상 연설을 신조로 삼고 있다. 그는 쓸 가치가 있는 유일한 것은 사람의 마음 속의 갈등뿐이라 말했다. 나도 그에 동의한다."

- 조지 R. R. 마틴

안경 어이,

그럴 때가 있잖아요, 실컷 자고 일어나서 씻고 안경을 집어쓰고 외출을 했는데 아직도 세상이 부옇고 잠이 덜 깼나 싶은, 좀 어지럽기도 하고 몽롱하고 내가 아직 꿈속이라서 무슨일을 하든 의도대로 이루어지지 않을 것 같은 기분. 그럴 때 안경을 벗어보면 지문 자국과 먼지로 더러워져 있을 때가 있잖아요. 그걸 닦고 다시 세상을 보면 이런 생각이 들죠, 아, 그 모든 것이 착각이었다니!

안경을 안 쓰신다구요? 아, 네.


충분치 못하다 해이

힘내서 좀 더 게을러야겠다. 아, 그런데 힘이 없어.

반말 어이,

세상 모든 것은 (나를 죽이지 않는 한) 적응을 동반하고, 어떤 절제든 그 뒤에는 포기의 쾌감이 뒤따라 온다. 절제의 기간이 길면 길수록 쾌감의 크기는 더 크며 절제가 항상 고통인 것은 아니다. 절제와 포기는 일맥상통하므로, 포기의 쾌감은 곧 절제의 쾌감과 동일하다.

반말을 조금씩 허용해보고 있다는 말임.

러시안 페인트공 헤이

글을 쓰고 싶다. 하지만 아무런 생각이 나지 않았다. 그래서 아침에 쓰던 노트... 겨우 며칠 쓰고 말았던 그 노트를 열어볼까 하는 금단의 생각마저 들었다. 그걸 꾸준히 썼어야 하는데. 내가 뭐라고 불렀는지도 생각이 나지 않았다. 나만의 시간이 있어야 글을 쓰지, 뭐람. 그걸 쓸 때는 눈마저 감고, 내가 뭘 쓰고 있는지 떠올리지도 않았다. 한참을 썼다고 생각했는데 한 페이지도 되지 않았을 때는, 나 자신에 실망이 들기도 했다. 내가 뭐라고. 그래, 아니, 하지만 나는 자동 기술이니, 아무 생각도 하지 않는 글쓰기니, 글이 저절로 써진다고 해도 전혀 반기지 않을 것이다. 머리를 짜매며, 적절한 단어가 생각이 안 나서 끙끙대며, 아무렇지도 않은 것처럼 -- 자연스럽게 나온 문장처럼 꾸며낸 것을 손 끝에서 이리 저리 돌리며, 마침표를 찍는 것이 무언가 아쉬운 듯 끝이라고 생각할 때마다 쉼표를 찍으면서, 어렵게 어렵게 이어가는 게 좋았다. 그렇게 몇 줄을, 지나온 문장을 다시 한 번 검토하고 싶은 충동을 억누르며 어렵게 써나가다가, 아아, 지쳤어, 이대로 이 이상은 더 쓸 수 없는 거야, 하고 스스로에게 면죄부를 준 다음, 시선을 지금 쓰고 있는 이 문장, 커서가 깜빡이는 바로 여기로부터 저 위로 옮긴 다음, (지금 또 다녀왔다) 다시 한 번 읽으면서 자연스럽지 못한 부분들을 다듬으며 내려와서 몇 글자를 더 쳐넣고, 몇 단어 더 더했으니 줄거리가 여전히 그에 맞는지 다시 한 번 검토해야지 했다. 줄이 늘어날수록 새 줄이 더해지는 간격이 길어졌다. 다듬고 다듬고 다듬고, 글쓰기란, 글이 다 닳아 없어지는 게 먼저인가, 글이 끝나는 것이 먼저인가, 그것의 문제인 것이다. 글쓰기란 원래 고통스러운 것이라고, 그렇담 이것은 글쓰기의 기쁨이 아니라, 고통의 부재에 대한 기쁨이 아닌가? 독자에게 전할 말이 있어서 쓰는 사람은 그를 위해 고통을 참아내고, 독자에게 전달할 이야기가 있어 쓰는 사람은 그를 위해 고통을 참아내고, 나는 고통이 끝나는 것이 달가워 고통을 반기는가? 한심하게도 중독이 아니고 뭐란 말인가? 영화 시작 시간이 아직도 한참 남아서 이러고 있다.

버리기 해이

우리는 집안에 있는 어떤 물건을 발견하기 전까지는 있는줄도 모르지만, 버리려고 하면 버릴 수 없다. 따라서 다른 사람이 내가 발견하기 전에 버려주면... 좋을 것이다

니가 그렇지 뭐 헤이

나는 매우 예측 가능한 사람이면서도, 다른 사람이 나를 범주화 하지 않을 거라고, 또는 그러지 않았으면 하고 생각하고 있는 모양이다. 혼자 생각하다가 좀 놀랐다.

글을 쓸 곳이 너무 많다 어이,

그리고 쓸 글은 별로 없다.

2004년에 이글루에 들어오면서 블로그 네 개에 위키 한 개를 쓰게 되었었는데, 지금은 SNS도 생겼다. 둘 사이에는 비트윈, 열 다섯 사이에는 패스, 그 이상은 페이스북, 사람들이 관심 없을 내용은 구글 플러스, 불특정 소수를 위한 글은 이글루, 영화는 무비티켓, 보여주기 싫은 글은 위키, 개인 자료는 구글 드라이브, 연애 편지는 편지지에, 일기는 일기장에 쓰면 되겠지. (먼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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