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어릴 때 책을 많이 읽었다. 처음엔 전래동화 전집이었다. 그리고 메르헨. 그리고 ABE. 그리고 플루타아크 영웅전과 치티치티 빵빵과 초한지와 백경과 라스트 모히칸이 들어 있는 2층 형네 80권짜리 문학 전집. 백과사전 두 질을 몇 번씩 읽고, 그중 곤충 챕터는 닳도록 다시 읽었다. 하다못해 집을 뒤져 족보와 수상(손금)까지 읽었다.
어릴 때 책을 많이 읽는다는 건 좋은 점도 있고 나쁜 점도 있다. 예를 들어 초등학교 삼학년 때 백경을 읽었는데, 옛날에 읽었으니까, 하고 평생 다시 읽지 않는다면 이 어찌 슬픈 일이 아니겠는가? (네, 그 뒤로 안 읽었어요.) 그렇지만, 내가 어려서 읽었기 때문에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하는 책도 있다. 정확한 제목은 기억이 안 나지만, '우리 아이 어떻게 키울 것인가' 운운하는 책이었다. 난 그걸 욕실에서 발견하고 좋다고 하며 열심히 읽었다. 물론 그런 책이 누구에게나 도움이 되는 건 아닐 거라고 생각한다. 비슷한 예로 목적을 아는 심리테스트는 정확하게 나오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내겐 큰 도움이 되었다. 그런 책은 아이의 행동이 실제로 어떤 의미가 있는가를 풀어서 설명하는데, 반대로 나는 부모가 왜 저런 식으로 이야기하는지 알게 되었고, 덕분에 좀 덜 성가시게 컸으리라고 생각한다.
다른 사람을 어떻게 이해하고 조작하는가에 대한 책들이 종종 발간되고 인기를 끈다. 우리가 표현하는 것은 내재한 것 전부가 아니고, 또 전혀 아니기도 하기 때문일 거다. 만약 우리의 상대가 타인을 조금도 이해하지 않으려 애쓰는 그런 부류가 아니라면, '내가 당신을 상대하려면 이런 도구가 있어야 한다는 것'을 슬쩍 내비치는 것만으로도 기대하는 효과를 볼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상사 사용 설명서' 이런거 말이다.
나는 팀에 신규입사자가 들어오면 직접 쓴 대응 매뉴얼을 가지고 일을 처리하는데, 요즘엔 매뉴얼을 직접 건네준다. 비록 확률은 반반이지만….
- 아이에게 '우리 아이 어떻게 키울 것인가'를 읽혀라. 그거 읽고 저절로 크게. 오후 12시 39분
- 고등학생 때부터 바지를 살 땐 30인치를 샀다. 입다 보면 금방 살이 찔 것 같고, 그럼 사이즈가 작아질까 봐. 그런데 아직 30인치는 여전히 크고, 벨트가 귀찮아서 어제는 28인치를 샀는데 그래도 흘러내린다는. 오후 9시 29분
이 글은 heycalmdown님의 미투데이 2007년 6월 18일 내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