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세가 점점 심해지는 걸 느낀다. 그래도 나쁜 영향은 아직 없다는 것이나마 위안 삼고 있다. 이대로라면 악성으로 발전하는 것도 시간 문제다. 조심해야지.
난 반복적으로 하는 일을 무조건 습관으로 만드는 습관이 있다. 그러지 않고 생각해서 의식적으로 하려고 하면 잘 안 된다. 중간 과정을 빼먹거나 아예 통째로 잊어버리거나 한다. 대신 습관이 되면 좀 괴로운 일도 빠뜨리지 않고 잘 한다.
매일 비슷한 시간에 일어나는 일도 그렇다. 의식적으로 일어나야 한다고 생각을 하면 알람을 듣고도 '오늘은 어제보다 피곤하니까'라고 핑계를 대고 눈을 감아 버릴 수 있다. 하지만 습관이라면 예외가 허용되지 않는다. 알람을 들으면 최대 5분 이내에 일어나야 하고, 일어난 시간을 우선 휴대전화에 기록해야 하고, 그 직후 핸드폰 충전기를 빼고 대신 멀티탭을 연결한 다음 컴퓨터를 부팅해야 하고, 컴퓨터가 부팅되는 동안 바로 창문을 열어야 하고, 창문을 열자마자 이불을 접어 개야 하고, 이불을 개자마자 맨손 체조를 시작해야 하고, 중간에 컴퓨터가 부팅 완료되면 미투데이를 열어놔야 하고, 미투데이를 흘깃거리면서 맨손 체조가 끝나면, 바로 면도기와 수건을 들고 화장실에 가서 면도를 하고, 면도를 하자마자 머리를 감아야 하고, 머리를 감자마자 나와서 머리를 말리며 기상 시각을 기록해야 하고, 다음에는 여유롭게 미투로그를 정리하는 거다. 그래서 평소처럼 일상이 반복되는 경우에는 좀체 생각이란 걸 할 겨를이 없다. 하루가 온통 습관으로 이루어져 있다.
출근길에는 항상 똑같은 길로 간다. 같은 길을 가는 데는 생각을 할 필요가 없다. 그냥 습관적으로 걷는다. 낯선 뭘 보더라도 인지되질 않는다. 그래서 양말을 짝짝이로 신고, 바지 지퍼를 내린 채로 출근한다. 양치를 시작하면 어떻게 했는지 모른 채 끝난다. 판단이 개입하는 일 없이 습관이 일을 하기 때문이다.
본격적인 편집증은 이런 저런 인생 통계를 적기 시작하면서 생긴 것 같다. 지금 적고 있는 것은 입 안 염증, 코피, 가계부, 시계부, 기상 시각 등이 있고 그 중 기상 시각은 매일, 시계부는 매 시간 매 분 기록을 한다. 이런 일을 생각해서 하는 건 무리다. 사람은 실수를 한다. 한 번 잊은 것은 계속 잊을 확률이 높다. 대개 매일 하는 일들은 예외가 생기기 시작하면 금세 허물어지는 법이다. 부작용이 좀 있더라도 습관을 만드는 편이 유리하다. 뭐든 금방 질리고 새로 시작하는 내가 어떤 일을 꾸준히 할 수 있다면 그건 습관을 만들고 유지할 수 있는 습관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습관이 한 번 깨지면 다시 시작하는 것은 정말 힘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