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량 서적, 불온한 영화, 저속한 비디오
저렴한 대중 예술이 대량 생산되고 배포되기 시작한 18세기에 비평가들은 그러한 것들이 대중의 취향을 저속하게 하고, 어린 아이들의 도덕에 나쁜 영향을 주며, 또 잠재적인 사이코패스들에게 범행 방법을 알려줄지 모른다며 비난을 쏟아냈다. 예를 들어 13세의 제시 하딩 포메로이가 1872년에 어린아이 둘을 토막 살해한 뒤 붙잡혔을 때, 비평가들은 미국 남북전쟁 이후 청소년 독자들의 사랑을 받던 '싸구려 소설'들에 폭력이 난무했던 것이 범행의 이유라고 손가락질을 해댔다. 사실은 포메로이가 그러한 소설을 읽었다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었지만, 도덕주의자들은 그런 사실은 전혀 신경쓰지 않았다. 그들은 [[로하이드 목장의 침략자들]], [[방울뱀 네드의 복수]] 같은 책들에 묘사된 미개쳑 지대의 유혈극이 '소년 미치광이'에게 잔혹한 것을 저지르도록 영감을 불어넣었다고 주장했다.
영화가 처음 등장했을 때 비평가들은 곧 새로운 매체에 관심을 돌렸다. 에드윈 S. 포터의 [대열차 강도]라는 서부 영화가 1903년에 개봉한 직후, 펜실베이니아 주 스크랜턴 근교에서 기차가 털렸고, 승객 한 명이 살해되었다. 비평가들은 즉시 영화를 비난 했지만, 이후 밝혀진 바에 따르면 사실상 범인들 가운데 그 영화를 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이런 방식은 지금도 변하지 않았다. 새로운 대중매체가 등장하면, 언제나 그것들은 도덕적 가치를 저해하고, 범죄를 촉진한다는 비난에 시달렸다. 라디오의 '전성기'에 한 비평가는 대중 통속 드라마들이 '온갖 형태의 범죄'를 찬양하기 때문에 아이들을 '예비 정신병자'로 만든다고 주장했다. 1950년대에 자칭 아동양육 전문가라는 사람들은 청소년 범죄에서부터 동성애에 이르기까지 모든 문제의 주범이 만화책이라고 단언했다.
1960년대 초에 이르러서는 비난의 화살은 텔레비전을 향했고, 주로 폭력적인 경찰과 카우보이가 심하게 비난받았다. 오늘날은 갱스터 랩이나 폭력게임이 비난받는다. 아마 50년이 지난 뒤에는 목이 잘려나간 식인 좀비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피를 직접 느끼게 해주는 가상현실 게임이 비난의 대상이 될 것이다. (물론 그때쯤이면 오늘날 희생양이 되는 매체들은 지금 우리가 라디오 쇼와 텔레비전 서부극을 회상하며 순박했던 과거를 떠올리듯 지난 세기의 유물로만 여겨질 것이다).
한편 매체의 폭력성이 매 맞는 아이 역할을 하고는 있지만(어떤 사람들은 자녀들의 나쁜 행동을 부모의 잘못된 양육보다 매트릭스나 플레이스테이션 투의 잘못을 더욱 따진다), 수많은 과학적 연구에도 불구하고, 그럴 듯 하게 꾸며낸 폭력을 구경하는 것과 현실에서 살인을 저지르는 것이 직접 관련이 있다는 증거는 명확하지 않다. 대단히 해박하고 분별 있는 저서 [[야만의 자손들: 폭력적인 아동에 관한 고찰]]의 저자 조나단 켈러먼은 '매체의 폭력성과 범법행위 사이에는 어떠한 인과적인 고리가 있다는 사실이 결코 증명된 적이 없다.'는 점을 일관되게 주장했다.
확실히 연쇄살인범들도 가끔은 영화나 책, 혹은 음악에 자극을 받을지 모른다. 그러나 사이코패스들에게 최초의 범행을 저지르게 촉발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알 수 없다는 점이 문제다. 1959년에 일명 '검은 숲의 야수(Beast of Black Forest)'로 일컬어진 독일의 살인광 하인리히 포메렌케는 세실 드밀 감독의 영화 '십계'를 본 뒤 잔인한 살인 충동을 느꼈다. 또한 맨슨 일당은 적어도 비틀스의 '화이트앨범'에 직찹했던 지도자에게서 영감을 얻었다. 비틀스의 '화이트앨범'은 아주 온건한 팝 음악에 속한다.
더구나 어떤 사람이 영화나 책을 본 뒤, 혹은 록 음악을 들은 뒤 끔찍한 범행을 저질렀다면, 그는 틀림없이 그 전부터 아주 불안한 상태였을 것이다. 일례로 1999년, 데이비드 레스터의 [[연쇄살인범들: 채워지지 않는 격정]]에 나오는 사례를 보면 어떤 연쇄살인범에 대해 정신과 의사들은 그의 범행을 지독한 탐정 잡지에 중독 된 탓으로 돌렸다. 그러나 연쇄살인범의 성장환경을 더 면밀히 조사하자, 그가 유년기와 사춘기를 거치는 동안 자신의 어머니에게서 오줌싸개로 공공연히 조롱을 받았고, 또 그의 양아버지가 일상적으로 아들을 고문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양아버지는 담뱃불로 그를 지지고, 또 자신의 오줌을 강제로 마시게 했다. 게다가 그는 소년 시절에 거의 정신을 잃을 정도의 머리 부상을 당한 적도 두 번이나 있었다.
요컨대, 이 연쇄살인범의 가학적인 충동은 성장하면서 겪은 심각한 학대에 뿌리를 둔 것이었다. 또한 그의 정신병질은 그가 범죄 실화를 다룬 잡지의 열혈 독자가 되기 이미 오랜 전부터 심각한 상태였던 것이다. 다시 말해서, 그가 저속한 오락거리를 한없이 탐했던 것은 그의 정신병의 원인이 아닌 증상이었던 셈이다.
데이비드 하거라는 이름의 연쇄살인범은 32세 여성을 성관계 도중 목 졸라 죽이고, 사체를 자르고, 넓적다리 살을 파스타, 치즈와 곁들여 먹었다. 그는 영화 [양들의 침묵]의 팬으로 알려졌는데, 체포된 뒤 [양들의 침묵]이 식인 범행에 영향을 주었는지 묻는 질문에 이렇게 대답했다. "나 같은 사람은 영화를 보고 따라하지 않아요. 영화가 나 같은 사람을 따라하는 거죠."
물론 오늘날에도 끔찍한 살인 사건이 발생할 때면, 범인의 읽고 듣고 보는 습관들이 면밀히 조사되고, 현대의 저속한 대중오락물이 범행을 촉발한 증거로 의심 받는다. 대량 살인자 마이클 멕더모트가 2000년 12월에 보스턴의 첨단기술 회사에서 직원 7명을 죽였을 때, 언론은 그의 집 비디오 서재에 [리셀 웨폰(Lethal Weapon)], [다이 하드] 같은 액션 영화들이 가득하다는 기사를 즉시 내보냈다. 마치 그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들을 좋아한 것이 난폭한 범행의 동기인 듯 보이게 했다. 그런데 얼마 뒤 언론은 그가 소장한 비디오 목록 중에 스티브 마틴 감독의 코미디물 [바보 네이빈], 아카데미 수상작 [뻐꾸기둥지 위로 날아간 새] Z등급에 해당하는 공상과학 영화 [외계에서의 9호 계획], 그리고 [피위의 대모험]도 있다는 사실을 보도했다. 한 범죄학자의 현명한 조언대로 '소장 비디오 목록을 잔인한 성향의 증거물로 삼으려면 신중해야만 한다.'
사실상 사이코패스 살인자의 폭력성에 대해 그가 가장 좋아한 책이나 영화를 문제 삼으려는 이들은 상당수의 연쇄살인범들이 성경공부에 열중했다는 당황스러운 사실을 인정해야만 한다. 그들은 성경을 암송하는 동안에도 잔인한 범행을 저지를 수 있었다.
'샘의 아들'로 유명한 버코위츠는 여성을 증오하는 미친 총잡이로 변모하기 몇 년 전에 종교적인 깨달음을 얻었다. 그는 켄터키 주 포트 톡스에서 군복무를 할 당시 복음주의 기독교로 개종했다. 그는 새로운 신앙을 거의 집착에 가까운 열정으로 받아들였고, 언제나 베스 헤이븐 교회에 머무르며 지옥불에 관한 설교에 넋을 잃고 빠져들어서는 전신 침례를 받고 난 뒤 길거리에서 죄와 구원에 대해 전도를 했다. 그러나 신앙에 열렬히 빠져 있는 동안에도 버코위츠의 병세는 전혀 손상되지 않았다. 그는 오직 남성들의 영혼을 구제하는 데만 관심이 있었다. 훗날 감옥의 정신과 의사에게 그는 이렇게 설명했다. "전 남자만 천국에 들어가기를 바랍니다. 도대체 허튼 계집들이 천국에 가서 뭘 한단 말입니까? 여자들은 천국을 망쳐 놓고 말겁니다."
한편, 존 조지 하이는 대단히 종교적인 집안에서 자랐으며, 그의 부모는 청교도 교파의 독실한 신자였다. 하이는 일생에 걸쳐 신학 토론에 참석하기를 좋아했고, 상세한 성경 지식으로 사람들에게 깊은 인상을 주었다. 그런데도 그는 몇 년 동안이나 사람들을 해치웠고, 시체를 염산 통에 담아 녹여내기에 바빴다.
얼 레너드 넬슨 역시 성경에 해박했는데, 열광적인 신자인 할머니와 함께 자란 것이 그 이유였다. 계시록에 사로잡힌 그는 자신이 가장 좋아한 아래의 성경구절을 암송해서 인용할 수도 있었다.
곧 성령으로 나를 데리고 광야로 가리니 내가 보니 여자가 붉은 빛 짐승을 탔는데 그 짐스의 몸에 참람된 이름들이 가득하고 일곱 머리와 열 뿔이 있으며, 그 여자는 자줏빛과 붉은 빛 옷을 입고 금과 보석과 진주로 꾸미고 손에 금잔을 가졌는데 가증한 물건과 그의 음행의 더러운 것들이 가득하더라. 그 이마에 이름이 기록되었으니 비밀이라, 큰 바벨론이라, 땅의 음녀들과 가증한 것들의 어미라 하였떠라. 또 내가 보매 이 여자가 성도들의 피와 예수의 증인들의 피에 취한지라.
넬슨은 종교 훈육 시간을 이용해 사람들의 신뢰를 얻었다. 사람들은 말이 유창하고, 겉보기에 독실한 청년이 해안을 떠돌며 거의 20명이 넘는 여성들을 무참히 죽인 악명 높은 '고릴라 살인자'라는 사실을 전혀 눈치 채지 못했다.
성경을 탐독한 또 다른 연쇄살인범은 익명의 사이코패스로 단지 '바이블 존'으로만 알려져 있다. 그는 1960년대 말 스코틀랜드 글래스고에서 여자 세 명을 죽였다. 살인범의 별명은 규약성경의 구절을 암송하는 버릇 때문에 나온 것인데, 그는 특히 모세에 관한 이야기들을 읊어댔다. 스코틀랜드 범죄 역사에서 성경을 암송하는 사이코 킬러의 정체는 아직도 수수께끼로만 남아 있다.
그렇지만 성경에 열광하는 연쇄살인범들 가운데 가장 무서운 인물은 다름아닌 앨버트 피쉬다. 그는 아브라함과 이삭 이야기에 집착해서 무수한 아이들을 상대로 끔찍한 제물의식을 자행했다. 피쉬는 12세 소녀를 먹어치운 일을 '성찬'으로 묘사할 정도였다. 그는 수년간 성경을 골똘히 뒤져서 가장 혐오스러운 구절을 찾아냈고 그것을 기억에 새겨두었다. 그는 예레미야서 19장 9절 '그들이 그 대적과 그들의 생명을 찾는 자에게 둘러싸여 곤핍을 당할 때에 내가 그들에게 그 아들들의 고기와 딸들의 고기를 먹게 하고, 또 각기 친구의 고기를 먹게 하리라.'는 내용을 가장 좋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