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용의 이 -  이영수(듀나) 지음/북스피어 |
오랜만에 듀나의 신간이 나와서 냉큼 읽었다. 모처럼 '제대로'인 물건이다. 지금까지가 안 좋았다는 게 아니라 더 '제대로'란 얘기다. (더 알 수 없군.)
나는 '나비전쟁'이나 '면세구역'처럼 아이디어가 톡톡 튀고 발랄하고 상쾌한 단편들을 좋아한다. 하지만 그때 나는 어렸고, 그/녀(들)도 어려서 생계를 위해 작품을 팔 궁리나 어쩌면 시장 같은 것도 걱정하지 않았을 테였고, 사실 그 작품들은 아름다운 소품에 가까운 편이었다. 근작인 대리전은 좀 더 제대로 형태를 갖추고 재미도 있었지만 좋은 단편을 쓰던 작가의 장편 데뷔작이 종종 그렇듯이 거슬거슬하고 설익은 듯 했다. 나도 글 같은 것을 써보겠다고 설쳐봤기 때문에 좀 알 것 같다. 그렇다고 우리가 같거나, 아니 조금이라도 비슷한 처지라는 건 아니다. 대리전이 출간된 직후에 그 책에 실린 단편 '어른들이 왔다'를 읽고 피눈물을 흘리며 내가 몇 년간 굴리던 아이디어 하나를 던져버린 적이 있다. 더 낫게 쓸 순 없겠다, 하고 어딘가에 적었던 기억이 난다.
용의 이는 그런 전작들에 비한다면 특별히 재기 넘치거나 하진 않지만, 그/녀(들)이 제대로 성장하고 있다는 인상을 준다. 그는 아마도 전략적인 이유 - 또는 개인적인 포부 - 에 의해 바로 지금 여기에 필요한 장르(우리 동네 SF)를 쓰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길에서 제대로 된 걸음을 시작했다 - 라는 이야기다. 서두에서 꺼낸 '제대로'를 이제 겨우 설명했다.
듀나는 이제 한 사람의 몫의 작가 노릇을 하기 시작했고, 그의 넘치는 아이디어와 제반 지식은 익히 아는 바이니까 스스로 부끄러운 글은 쓰지 못할 거란 걸 안다. 하나만 더 부탁하자면, 앞으로 다작만 한다면 더 바랄 게 없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