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리 PC 통신 시절에 지금보다 끈기 있게 글을 쓸 수 있던 비결은 - 멀티 태스킹이 안 되던 - 불편한 환경이었기 때문이 아닐까. 한 번 이야기 편집기로 들어가면 글을 다 쓰기 전에는 도무지 빠져나올 수 없던 그 시절 말이다.
에헴, (잔기침 한 번 하고) 그 천리안 시절에는 어떻게 글을 썼냐 하면, 아예 멀티 태스킹이 안 되는 건 아니어서, 대화방에 잠수한 상태로 편집기를 켜서 글을 썼다. 가끔 수면 위로 떠올라 그동안에 어떤 이야기가 오고갔는지 잠시 눈팅을 한 다음, 다시 편집기로 돌아갔다. 그때라고 글만 쓴 건 아니라 별 차이가 없는 듯 하지만, 사실 큰 차이가 둘 있다. 하나는 대화실 또는 편집기 중 한 번에 온전히 하나만 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동시에 두 군데 이상에 눈길을 주면서 결국 아무 것도 못하는 지금과는 다르다.
다른 하나는 대화실에서도 별 말이 없었다는 거다. 내가 놀던 대화실에는 나를 포함해 늘 셋이 함께 있었는데, 보통 셋 다 암 말도 안 했다. 우리끼리는 묵묵부답 삼총사라고 불렀다. 그런데도 어찌된 영문인지 부르면 재깍재깍 대답을 했다. 나는 그렇다치고 그 둘은 뭘 하고 있었던 걸까.
ps. 사실 모든 일의 배후에는 /memo가 있었는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