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내가 입원한 건 폐 여기저기에 혈관이 터져서 폐에 피가 차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기침할 때마다 폐가 압박되니까 혈관이 더 많이 터지고, 폐에 피가 가득 차면 죽는 거다. 그래서 병원에 갔다. 갔는데, 무슨무슨 수술을 해야겠다고 하는데, 수술, 수술이란 언제나 무섭지 않니. 간단한 수술을 할 때도 수술동의서에 서명을 받는데, 하얀거탑을 보니 생길 수 있는 최악의 상황을 고지하지 않으면 의사가 불리해지는 모양이다만, 동의서를 받으려는 주제에 의사들은 항상 겁을 주는 거야. '이래도 할래? 이래도 할래?' 그래서, 나는 결국 못했다. 성공한다는 보장도 없고, 성공해도 완치되는 것은 아니라고 분명히 말했지만, 폐를 절제하는 것 외에도 방법이 있다는 거다. 시도라도 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혈관이 터지는 이유는 특정 부위의 혈관이 석화되어서 그런 건데, 그 부분을 아예 제거하는 게 재발 위험도 없고 제일 깔끔한 방법이다. 그리고 내가 시도한 방법은 사타구니 사이의 대동맥으로 가느다란 도관을 넣어 문제가 되는 혈관을 하나 하나 땜질하는 거다. 국소마취만 하고 정신이 있는 상태에서 시술을 했는데, 혈관으로 관 하나를 넣어서 엑스레이를 매번 찍어가면서(엑스레이는 아닌 것 같고 특정 신호에 발광하는 약물을 혈관에 넣은 다음 그걸 뭐 어떤 방법으로든 찍는 건데 잘 모르겠다) 현재 위치를 파악해서 땜질을 하는데, 참 대단한 기술이구나 하고 생각했다. 마취를 안 해서 지루했지만. 아무튼 기술의 대단함과는 별개로 결과는 신통치 않았다.
혈관마다 사정이 다르니까 막을 수 있는 게 있고 없는 게 있는 데다가, 시술 당시에는 안 터진 혈관이 다음 번엔 터질 수도 있는 거고, 그래서 효과를 보장할 수 없다는 것이다. 간단한 시술이어서 그런지 끝나고서는 준 집중치료실에 입원했다. 근데 며칠동안 속이 좀 불편해서 계속 얘기를 했는데 계속 무시를 하더라. 그럴 수 있어요, 약 먹어보세요, 기다리면 괜찮아질 거에요. 너무 오래 누워서 허리가 아픈 상황이라 정확히 어디가 또 아픈지 알 수 있을 정도로 민감하지 못한 상황인데, 이게 심한 통증이 오는 것이 아니라 느리고 무겁게 욱씬거리거나 계속 불편하기만 한 상태라 그렇다면 그런가보다 했다. 그런데 며칠이 지나도 나을 기미가 안 보이길래 내가 요 며칠 전에 피를 토하다가 다 뱉질 못하고 삼킨 것 같은데 이게 위에 들어가서 뭐 잘못된 게 아니냐, 위염같은 게 아니겠느냐, 뭐 여러 가지 이론을 제시했지만 통하질 않았다. 그러다가 어느날 밤 쌓이고 쌓여 심한 통증이 찾아온 거다. 아파죽겠다는 집중치료실에 있는 환자를 엑스레이 찍으러 지하에 내려가라고 할 수도 없고, 휴대 엑스레이를 가져오라고 했는데(이게 휴대라지만 여러분이 상상하는 그런 휴대가 아니다), 한 밤중이라 연락도 잘 안 되고 오래도 기다리게 하더라. 결국은 장폐색이라는 결론이 났다. 그러게 내가 며칠 전부터 불편하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여러분. 네? 장폐색이라는 건 환자가 오래 누워 있다보면 장 운동이 느려져서 식사를 제대로 흡수를 못해서 생기는 거다. 오래 누워 있다고 말해서 생각나는 건데... (아니, 꼭 그런 건 아니다.)
퇴원하고 회사에서 급하다고 떼를 써서 다시 출근을 했다. 그리고 며칠만에 다시 객혈을 해서 병원에 갔다. 양이 그리 많지 않아 약물 치료를 하고, 아 이제 퇴원하셔도 되겠습니다 해서, 기침을 멈추게 해주는 약을 끊고, 퇴원을 기다리고 있는데 회사에서 언제 나올 수 있냐고 전화가 왔다. 응, 사람을 뭐라고 생각하는 건가? 그리고 퇴원하는 그 날 아침 다시 객혈을 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나는 회사에서 보채는 바람에 그리 됐다고 설명하길 좋아한다.)

사진에서 왼쪽 위(우상엽)가 문제의 폐결핵 흉터
이제는 별 수 없이 잘라버리는 수 밖에. 오래 함께했던 나의 나비여 안녕. 그래서 앞에서 말한 그 중환자실(집중치료실;ICU)에 들어가게 된 것이다. 여러분도 알겠지만 수술하기 전날 밤에는 식사를 할 수 없다. 내 경우 수술이 8시간 가까이 진행됐고, 그래서, 내가 얼마나 허기졌겠는가? 하지만 미음이라도 내 손으로 마시게 되는데는 며칠이 걸렸다. 그리고 또 며칠 후 죽을 먹을 수 있게 되고나서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 하지만 기억하시는가? 오래 누워 있다보면 장폐색이 생길 수 있다! 틀림없이 뭔가 이상한데, 해결을 안 해주는 거다. 장폐색이 밝혀지고 나는 또 며칠 간 아무 것도 먹지 못했다.
자, 그렇게 먹는 건 해결이 되었으나, 난 거기에 18일이나 숙박을 하였으니 이야기가 많이 남았다. 사람이 먹는 게 해결이 되면 이제 숨을 쉬어야지. (어?) 수술을 막 끝낸지라 스스로 호흡하는 능력이 약해져서 호흡기에 의지를 하고 있는데, 언젠가는 호흡기를 떼야 하므로 의식하지 않고도 숨을 잘 쉴 수 있도록 연습을 해야 한다. 산소 공급량을 조금씩 줄이고, 호흡기를 더 작은 걸로 바꾸고, 가끔은 호흡기를 떼고 숨을 쉬기도 했다. 그렇게 산소 공급량을 한 단계씩 줄이고 있는데 어느 순간 갑자기 호흡이 힘들어졌다. 연습이다 생각하고 참아봤지만 다시 예전처럼 잠도 못잘 정도로 힘들었다. 내 담당 레지던트에게 물어봤지만 학생은 잘 할 수 있다면서(저 학생 아니에요) 조금만 힘을 내보란다. 그래서 좀 참아봤다. 그러다가 갑자기 혈중산소농도가 떨어져서 숨을 쉴 수 없게 됐다. 선생님 좀 도와주세요, 숨이 안 쉬어져요, 이렇게까지 했는데도 제가 도와드릴 수 없습니다, 최악의 경우 할 수 있는 방법은 있지만 아직 그 정도는 아니에요 이런 소리나 하는 거다. 어쨌든 그의 말대로 나는 다시 숨을 쉴 수 있게 되었고, 그래 역시 의사는 의사구나, 그러고 말았다. 다음날 회진 온 교수에게 그 얘기를 했더니, "그래? 그럼 산소 좀 올리지."
의사는 신이 아니다. 환자는 의사가 신이길 원하지만, 그들도 사람이라 실수를 한다.
갑작스럽지만 결론. 전문가도 실수한다. 하지만 전문가는 수습하는 방법을 안다. 아니면, 최소한 수습할 수 있는 사람이 누군지는 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