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그 : 렛츠리뷰
2008/11/23   운세전문 오픈마켓(...) 서비스 "포켓"
2008/10/15   에도가와 란포 전단편집 3
운세전문 오픈마켓(...) 서비스 "포켓"

이글루스 렛츠리뷰에서 포켓을 리뷰하라는 명령을 받고 잠깐 망설였다. 다른 건 뭐 그렇다치고 운세라는 단어와 오픈마켓만큼 어울리지 않는 조합도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난 운세는 안 믿지만, 누군가 내게 운세/사주팔자/궁합을 들이 밀며 즉각적인 행동을 강요하지만 않는다면, 그냥 재미로 보는 건 좋아한다. 운세만이 아니라 혈액형 성격 분류, 심리 테스트, 별자리, 타롯 점 등등 안 가린다. 그러니까, 에, 오픈마켓이면 뭐 어떤가.

삼만 원짜리 쿠폰을 받았는데, 아깝기도 하고 두렵기도 해서(전화/화상 삼당 뭐 이런게 있다. 무섭게) 처음에는 무료 서비스만 이용했다. 사이트를 꽤 잘 만들었다 . 결제는 안 해봐서 모르겠지만 구글 크롬으로 거의 모든 기능이 다 된다. 개념있는 개발자가 개발한 듯.

마이 포켓에 들어 가면 처음에는 생년월일을 입력하게 되어 있고 그 다음부터는 오늘의 운세, 금주의 운세, 이달의 운세가 나오는데 왠지 조금씩 다른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예전부터 여기 저기의 무료 웹 사주를 볼 때마다 위화감을 느꼈던 건데, 운세간의 통일성은 어떻게 보장하지? 운세라는 게 개인적인 해석에 많은 부분이 좌우되기 때문에 디지털과 연결되면 문제가 생기는데, 운세마다 내용이 다르다는 문제는 영원히 해결할 수 없는 문제가 아닐까 싶다. 예를 들면 이렇다. 지난주에 본 금주의 운세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이번 주는 자금상의 문제가 해결이 됩니다. 얼른 문제를 파악하여 그 부분을 시정함으로써 돈 들어올 일을 처리 하십시오. 자금의 순환이 원만해 진다는 말이기에 거부감을 가지실 필요는 없습니다. 전체적으로 보면 돈이 나갈 일도 결국은 투자로 이어지기 때문에 돈을 아까워하시는 것 보다는 기분 좋게 쓰는 것이 당신에게 더욱 이득이 될 것입니다. 특히 투자 운이 좋은 한주기에 투자할 곳을 직접 찾아보시는 것도 좋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달의 운세는 이렇다.

이번달의 사업운은 주춤하며 하락하는 운으로 지금 하고자 하는 일은 당장엔 불가능 하므로 뒷날의 재기를 위하여 일단은 중지라거나 혹은 처분하는 것이 현명한 대책이기도 합니다. 지혜와 재주를 아끼며 가만히 때를 기다리고 힘을 비축하며 실력을 키우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뭐 이런 식이다. 이달의 운은 나쁘지만, 그중에서 이번 주는 괜찮은 편이다 - 라고 뭐 이렇게 해석해줄 수도 있을 것이다. 편의성이란 늘 좋은 것이지만, 운세의 경우에는 오히려 약점이 드러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결정을 하고나면 다음에는 돈이 드는 일이니까 며칠 동안 이곳 저곳을 한참 들여다봤다. 아직 상담 건수도 별로 없고 후기도 마찬가지로 거의 없는데 입주한 도사님들은 꽤 많은 편이라 결정하기에 힘들었다. 보통은 삼만 원 선에서 가격이 결정되어 있는 듯 하다. 특정한 주제가 있는 경우에는 드물게 만 원짜리, 이만 원짜리 운세도 있다. 경쟁이 심해지면 어떨지 모르겠지만, 유명한 도사님들은 더 높이 가격대가 형성되어 있다. 금전운, 사랑운을 싼 걸로 보려고 뒤지다가 이만 원짜리 금전운으로 결정했다. 그런데 결제를 하고보니 쿠폰은 한 번만 사용할 수 있다고 한다. 만 원만 날린 셈이다.

화상, 전화 상담은 좀 무섭고, 게시판 상담으로 신청했다. 후기들을 보면 화상이나 전화 상담의 호응이 괜찮으니 제값을 주고 상담 받는다면 그쪽을 이용하는 게 좋겠다. 상담 내용을 등록할 때는 마이 포켓에 사주 정보가 이미 다 입력되어 있을 건데도 다시 입력해야 했다. 정보 가져오기 버튼이 있지만 눌러보면 비어 있고, 등록을 따로 해야 하는 모양이다. 좀 아쉬운 부분이었다. 정보 가져오기가 리스트 형태로 되어 있는 걸 보면 다른 사람을 등록할 수도 있고 필요할 때 꺼내쓰는 형태로 되어있는 것 같다. 기존에 등록했던 정보 중 생시가 틀린 것 같아서 고쳤더니 개인정보까지 같이 갱신됐다. 이런 점은 꽤 상식적이고 괜찮다.

결과를 받아보는 데는 최대 사흘 정도가 든다고 하는데 내 경우는이틀이 걸렸고, 보통 하루나 이틀이면 되는 것 같다. 많이 기대한 것은 아니지만 그보다 답변이 짧아서 좀 당황했다. 답변을 받아 보고 추가 질문을 좀 더 자세히 하고, 다음 답변을 받는 식으로 보통 진행되는 것 같다. 첫 질문을 자세히 하면 좀 더 긴 답변을 받아볼수 있을지도. 사람에 따라서 다르지만 추가 질문은 한 번으로 제한되어 있으니 그 다음에는 이메일로 하기도 하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사이트가 잘 만들어져 있어서 호감이 갔다. 운세를 진지하게 생각하는 분들은 말 그대로 운세 쇼핑에 열을 올릴지도 모르겠다. 디지털 편의성이 그들의 발목을 잡지 않는다면 좋겠지만.

by 어이 | 2008/11/23 21:54 | 어이, | 트랙백 | 덧글(0)
에도가와 란포 전단편집 3

나는 어느 날인가 잠에서 깨어 보니, 나 자신이 이미 추리 중독이었던 것을 깨닫게 되었다는, 뭐 그런 란포적인 현실 위에 놓여져 있었다. 처음은 남들과 마찬가지로 애거서 크리스티, 셜록 홈즈, 괴도 뤼팽 등으로 시작했지만, 거기서 더 발전하지는 못하고 다른 경로로 추리 중독을 해소하고 있었고 --- 게다가 그걸 인지하지도 못했다는 --- 그런 상황이랄까. 근처에서 접할 수 있는 모든 추리물을 읽고 보고 듣고 난 후에 금단 현상이 일어나고 나서야 깨달은 것이다.

만화, 영화, 드라마를 게걸스럽게 읽어내고 이제 도박물, 형사물, 범죄물, 사기물, 어딘가 추리 냄새가 좀 묻었다 하는 온갖 장르물을 해치우고 나니, 이제 드디어 본격 소설 읽어야 할 시기가 도래했다. 그러나 나는 시작을 못 하고 있었다. 내가 김용 이후로 무협 소설을 읽지 못하는 것과 비슷한 이유랄 수 있는데, 도무지 그보다 나은 작품이 있을 수 있겠냐는, 물론 좋은 책들이 많겠지만, 실패 없는 소심한 삶을 살다 보면 어느 사이엔가 시행착오라는 말뜻을 모르게 되는 것이다. 그래, 여기가 딜레마가 발생하는 지점인데, 하나 --- 첫 시작이 성공일 경우 다음 실패가 더욱 두려워질 것이고, 둘 --- 실패일 경우 다시는 더 도전하지 못할 지도 모르겠다는, 그런 두려움.

아무튼 그러고 있는 사이, 우연찮게도 렛츠리뷰 위젯을 달게 됐고, 기이하게 그 회차에 추리 소설이 몇 개씩이나 리스트에 있는 게 아니겠는가. 이 또한 란포적인 우연이라 할 수 있겠는데, 재밌는 게 지난 주까지만 해도 오스터적인 우연이라 썼을테다.

아마 그 회차는 전부 떨어지고 다음 회차에 이글루스 렛츠리뷰에 처음으로 당첨이 되어서 책이 왔다. 지난 회차엔 훨씬 재밌어 보이는 책이 많았는데, 이번엔 단편집인데다 시리즈 중 마지막 한 권인지라, 사실은 당첨 소식을 듣고서도 좀 실망했었다. 그런데 받아보니 600페이지 남짓하고 손에 들리는 느낌이, 오, 실하다. 제사보다 젯밥에 관심이 많다 할지 모르겠지만 이게 책이 한 손에 착 감기는 느낌이 너무 좋다. 책 내용도 중요하지만 나는 표지도 중요하고, 들고 오고 가며 읽을 때 들리는 느낌도 중요하고, 쪽 넘김, 책 냄새도 중요하다. 어느 하나 딱 '이게 좋다' 할 기준은 없지만 그렇게 여러 가지가 딱 맞는 책을 만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두껍고 가벼운 조합이 이렇게나 좋구나.

뒤늦게 받아들고 보니 1, 2권은 본격추리고 3권은 기괴환상이라 한다. 나는 본격추리인 쪽이 좋았을 걸. 아마 나처럼 추리 소설을 읽겠다 싶은 사람이라면 1, 2권을 사든지 아니면 전 권을 사는 게 좋겠다. 세 권이 모두 책꽂이에 꽂혀 있으면 아마 기분이 무척 좋아질 것 같다.

책이 두꺼운 데도 불구하고 요즘 나오는 책 치고는 양장이 아니며, 책줄이 없고, 짤막한 단편 위주로 되어 있으므로, 한동안 자취를 감추었던 옛 버릇이 돌아왔다. 기억하기 좋은 쪽수에서 아무리 재밌는 장면이라도 책을 그냥 덮거나, 무리하여 좀 더 읽는 거다. 예를 들면 5나 10으로 떨어지는 페이지까지 읽기. 또는 2의 n승수나 123, 234처럼 이어지는 수, 아니면 모두 같은 숫자로 이루어진 페이지까지 읽고 덮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읽다 보면 책갈피가 없어도 책을 읽을 수 있다. 나만 그런지도 모르겠지만.

주변에 자랑 삼아 말해 보았더니, 보통은 '괴기'로 이해한다. 하지만 이 단편집의 테마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그런 괴기는 아니다. 기괴라는 말은 우리나라에서 쓰이지 않는 단어는 아니되 대중에서 흔히 쓰이는 것도 아니어서, 다소 일본적인 냄새가 난다. 일본 소설이니까, 그래서 뭐 어떻다는 것은 아니지만, 예비 독자들의 이해를 돕자면, 기이하거나 괴상하거나 환상적인, 꿈같거나 악몽같고, 끔찍하며 때로는 요상망칙한.

탐정취미가 --- 즉, 추리소설가로써 몇 편이고 썼을만한 소품 성격의 글이 대부분인데, 그중에서도 소재나 주제, 트릭, 아이디어, 흐름, 문체 뭔가 특별한 것이 하나씩 있는 단편들이 실린 모양이다. 그리고 몇편의 완성도 높은 작품도 있다. 사실 여기에 무서운 이야기는 결코 없다. 그러나 가장 인상깊었던 고구마벌레라는 작품을 떠올리면, 생각하면 생각할 수록 정말 끔찍하다. 그러니까, 꼭 하나의 문장으로 설명하자면, 에도가와 란포의 기이한 이야기들, 정도가 알맞지 않을까 싶다.

by 어이 | 2008/10/15 01:39 | 어이, | 트랙백(1)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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