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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폭로 -  폴 크루그먼 지음, 송철복 옮김/세종연구원 |
난 단지 '글로벌 멍청이'라는 장 제목이 재밌어 보였을 뿐이고, 이제 막 책을 펼쳤을 뿐이고, 겨우 들어가는 말 9페이지에서 아래와 같은 단락들을 곱씹다가 책을 덮어버렸을 뿐이고. 내가 방금 그린 그림을 당신이 진지하게 받아들였다고 치자. 당신은 지금 나라를 책임지고 있는 사람들이 진정 미국을 현재 모습대로 좋아하지는 않는다고 결론지을 것이다. 만약 당신이 그들의 명백한 의제들을 한데 묶어 본다면 그들의 목표는 이렇게 보일 것이다. 즉, 그들이 바라는 나라는 기본적으로 국내적으로 아무런 사회 안전망도 없으며, 자국의 의지를 해외에 강요하기 위해 주로 무력에 의존하며, 그 나라의 학교들에서는 진화론을 가르치지 않지만 종교는 정말 가르치며, 그리고 그 나라에서는 (가능한 일로서) 선거란 단지 형식에 지나지 않는다. 그럼에도 현재 권력을 잡고 있는 그 강경 우익들이 하는 말을 믿고 그들이 진정으로 그처럼 급진적인 목표를 실현하려 할지 모른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대개 '앙칼지다'고, 단호한 수단을 쓴다고 매도당한다. 사회통념에 따르자면 분명 우리는 그들의 수사를 에누리해야 한다. 우익의 목표는 이 그림이 시사하는 것보다 더 제한적이다. 과연 그런가? 다시 키신저에게로 돌아가자. 혁명적인 도전에 직면하여 기존 강국들이 보인 당혹스러운 반응에 대한 그의 묘사는, 지난 2년 사이 부시 정부의 급진주의에 대해 미국의 기존 정치세력과 언론이 어떻게 반응하였는지를 설명하는 데 똑같이 유효하게 적용된다. 영원할 것처럼 보였던 안정의 기간에 마음을 놓은 나머지 그들은, 기존의 틀을 분쇄할 작정이라는 혁명적 세력의 주장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가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을 안다. 현상유지를 원하는 사람들은 따라서 마치 혁명적 세력의 이의제기가 단지 전술적인 것인 양, 마치 혁명적 세력이 진정으로 기존의 정통성을 인정하지만 협상력을 키우기 위해 자신의 경우를 과장되게 말하는 것인 양, 마치 혁명적 세력이 제한적인 양보에 의해 달래질 구체적인 불만거리들 때문에 그런 행동을 보이는 것인 양 혁명적 세력을 다루기 시작하는 경향이 있다. 위험을 적시에 경고하는 사람은 인심을 소란케 하는 사람으로 간주되며, 환경에의 적응을 권고하는 사람은 균형감각을 갖춘 분별 있는 사람으로 간주된다. ...하지만 자기 확신에 대한 용기와 자기 원칙을 끝까지 밀어붙이겠다는 열정적인 의사가 있다는 것이 혁명적 세력의 본질이다.
내가 말했듯이 이 대목을 읽다 보면 등골이 오싹해진다. 왜냐하면 이 대목이야말로, 이 대목이 없었다면 이해할 수 없었을 하나의 과정을 너무도 잘 설명하기 때문이다. 그 과정 덕분에 정부는 급진적인 정책들을 밀어붙이면서도 놀랍게도 거의 검열을 거치지 않거나 효과적인 저항에 거의 맞닥뜨리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이다.
나도 이 대목을 읽다가 그만 등골이... 이 글은 스프링노트에서 작성되었습니다.
나는 어느 날인가 잠에서 깨어 보니, 나 자신이 이미 추리 중독이었던 것을 깨닫게 되었다는, 뭐 그런 란포적인 현실 위에 놓여져 있었다. 처음은 남들과 마찬가지로 애거서 크리스티, 셜록 홈즈, 괴도 뤼팽 등으로 시작했지만, 거기서 더 발전하지는 못하고 다른 경로로 추리 중독을 해소하고 있었고 --- 게다가 그걸 인지하지도 못했다는 --- 그런 상황이랄까. 근처에서 접할 수 있는 모든 추리물을 읽고 보고 듣고 난 후에 금단 현상이 일어나고 나서야 깨달은 것이다. 만화, 영화, 드라마를 게걸스럽게 읽어내고 이제 도박물, 형사물, 범죄물, 사기물, 어딘가 추리 냄새가 좀 묻었다 하는 온갖 장르물을 해치우고 나니, 이제 드디어 본격 소설 읽어야 할 시기가 도래했다. 그러나 나는 시작을 못 하고 있었다. 내가 김용 이후로 무협 소설을 읽지 못하는 것과 비슷한 이유랄 수 있는데, 도무지 그보다 나은 작품이 있을 수 있겠냐는, 물론 좋은 책들이 많겠지만, 실패 없는 소심한 삶을 살다 보면 어느 사이엔가 시행착오라는 말뜻을 모르게 되는 것이다. 그래, 여기가 딜레마가 발생하는 지점인데, 하나 --- 첫 시작이 성공일 경우 다음 실패가 더욱 두려워질 것이고, 둘 --- 실패일 경우 다시는 더 도전하지 못할 지도 모르겠다는, 그런 두려움. 아무튼 그러고 있는 사이, 우연찮게도 렛츠리뷰 위젯을 달게 됐고, 기이하게 그 회차에 추리 소설이 몇 개씩이나 리스트에 있는 게 아니겠는가. 이 또한 란포적인 우연이라 할 수 있겠는데, 재밌는 게 지난 주까지만 해도 오스터적인 우연이라 썼을테다. 아마 그 회차는 전부 떨어지고 다음 회차에 이글루스 렛츠리뷰에 처음으로 당첨이 되어서 책이 왔다. 지난 회차엔 훨씬 재밌어 보이는 책이 많았는데, 이번엔 단편집인데다 시리즈 중 마지막 한 권인지라, 사실은 당첨 소식을 듣고서도 좀 실망했었다. 그런데 받아보니 600페이지 남짓하고 손에 들리는 느낌이, 오, 실하다. 제사보다 젯밥에 관심이 많다 할지 모르겠지만 이게 책이 한 손에 착 감기는 느낌이 너무 좋다. 책 내용도 중요하지만 나는 표지도 중요하고, 들고 오고 가며 읽을 때 들리는 느낌도 중요하고, 쪽 넘김, 책 냄새도 중요하다. 어느 하나 딱 '이게 좋다' 할 기준은 없지만 그렇게 여러 가지가 딱 맞는 책을 만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두껍고 가벼운 조합이 이렇게나 좋구나. 뒤늦게 받아들고 보니 1, 2권은 본격추리고 3권은 기괴환상이라 한다. 나는 본격추리인 쪽이 좋았을 걸. 아마 나처럼 추리 소설을 읽겠다 싶은 사람이라면 1, 2권을 사든지 아니면 전 권을 사는 게 좋겠다. 세 권이 모두 책꽂이에 꽂혀 있으면 아마 기분이 무척 좋아질 것 같다. 책이 두꺼운 데도 불구하고 요즘 나오는 책 치고는 양장이 아니며, 책줄이 없고, 짤막한 단편 위주로 되어 있으므로, 한동안 자취를 감추었던 옛 버릇이 돌아왔다. 기억하기 좋은 쪽수에서 아무리 재밌는 장면이라도 책을 그냥 덮거나, 무리하여 좀 더 읽는 거다. 예를 들면 5나 10으로 떨어지는 페이지까지 읽기. 또는 2의 n승수나 123, 234처럼 이어지는 수, 아니면 모두 같은 숫자로 이루어진 페이지까지 읽고 덮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읽다 보면 책갈피가 없어도 책을 읽을 수 있다. 나만 그런지도 모르겠지만. 주변에 자랑 삼아 말해 보았더니, 보통은 '괴기'로 이해한다. 하지만 이 단편집의 테마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그런 괴기는 아니다. 기괴라는 말은 우리나라에서 쓰이지 않는 단어는 아니되 대중에서 흔히 쓰이는 것도 아니어서, 다소 일본적인 냄새가 난다. 일본 소설이니까, 그래서 뭐 어떻다는 것은 아니지만, 예비 독자들의 이해를 돕자면, 기이하거나 괴상하거나 환상적인, 꿈같거나 악몽같고, 끔찍하며 때로는 요상망칙한. 탐정취미가 --- 즉, 추리소설가로써 몇 편이고 썼을만한 소품 성격의 글이 대부분인데, 그중에서도 소재나 주제, 트릭, 아이디어, 흐름, 문체 뭔가 특별한 것이 하나씩 있는 단편들이 실린 모양이다. 그리고 몇편의 완성도 높은 작품도 있다. 사실 여기에 무서운 이야기는 결코 없다. 그러나 가장 인상깊었던 고구마벌레라는 작품을 떠올리면, 생각하면 생각할 수록 정말 끔찍하다. 그러니까, 꼭 하나의 문장으로 설명하자면, 에도가와 란포의 기이한 이야기들, 정도가 알맞지 않을까 싶다.
블로거(?) 우석훈 박사의 신작으로, 신간 소식을 들은 건 좀 됐는데 알라딘에 뜨질 않아서 매일같이 검색하고 있는 중이었다. (매일같이 검색하는 다른 책들로는 - 플루토, 크로스 게임이 있음.) '88만원 세대' - '샌드위치 위기론은 허구다' - '촌놈들의 제국주의' - '괴물의 탄생'으로 이어지는 한국경제대안 시리즈 4편. 한국경제대안 시리즈 2편인 아무도 모르는 - '샌드위치 위기론은 허구다'의 개정판. 조직 이론에 대한 얘기다. 한국경제대안 시리즈 1편. 88만원 세대라는 유행어를 만들었던, 유명한 책. 왠지 모르게 장바구니에 들어 있었다. 드물게 충동구매 했는데, 사놓고 보니 표지가 후지다. 이걸 왜 샀나 했더니 우석훈님 블로그 댓글에서 읽고 우석훈님 책인줄 알았던 것 같다. 이미 배송했다는 문자가 왔네.. 작년 여름인가? 홍대입구역 근처 나무그늘이라는 북 카페에서 여섯 시간 정도 노닥거린 적이 있는데, 세 권을 읽어내고 마지막으로 집어든 책이 이거였다. 중간에 나오게 되어서 언젠가 꼭 다시 읽어야겠다고 마음 먹었었다. 장바구니에는 매달 들어가지만 월 책 예산인 오만 원이 자꾸 넘치는 바람에 도로 나오기 일쑤였는데, 드디어 구매에 성공했다. 요즘 너무 추리가 고프다. 만화, 드라마는 다 보고 발만 동동 구르고 있는데 책에는 손이 잘 안 가더라. 어릴 때 대가들의 책을 너무 많이 읽어서 그런지 일제 추리 소설(웃음)은 우습게만 보이고, 미야베 미유키는, 글쎄 아까워서, 마지막 보루로 안 읽고 있다. 몇 달 째 고민하다가, 모처럼 월 책 예산이 안 차서, 채워넣기로 애거서 크리스티 여사의 전집 중 한 권을 구매. 계속 사면, 파산이다. 문제가 뭐냐면, 저자 중에 우석훈 이름이 들어간 게 네 권이라는 것. '샌드위치 위기론은 허구다'의 개정판을 사는데, 원작도 가지고 있다는 것. '88만원 세대'는 처음 일독하고서 시리즈인지 모르고 회사에 기증했다가 다시 산다. 시리즈 중에 한 권이 비게 둘 수는 없지 않은가? 근데 알라딘이 왜 또 사냐고 물어보더라. 또 마음이 아팠다.
 | 용의 이 -  이영수(듀나) 지음/북스피어 |
오랜만에 듀나의 신간이 나와서 냉큼 읽었다. 모처럼 '제대로'인 물건이다. 지금까지가 안 좋았다는 게 아니라 더 '제대로'란 얘기다. (더 알 수 없군.) 나는 '나비전쟁'이나 '면세구역'처럼 아이디어가 톡톡 튀고 발랄하고 상쾌한 단편들을 좋아한다. 하지만 그때 나는 어렸고, 그/녀(들)도 어려서 생계를 위해 작품을 팔 궁리나 어쩌면 시장 같은 것도 걱정하지 않았을 테였고, 사실 그 작품들은 아름다운 소품에 가까운 편이었다. 근작인 대리전은 좀 더 제대로 형태를 갖추고 재미도 있었지만 좋은 단편을 쓰던 작가의 장편 데뷔작이 종종 그렇듯이 거슬거슬하고 설익은 듯 했다. 나도 글 같은 것을 써보겠다고 설쳐봤기 때문에 좀 알 것 같다. 그렇다고 우리가 같거나, 아니 조금이라도 비슷한 처지라는 건 아니다. 대리전이 출간된 직후에 그 책에 실린 단편 '어른들이 왔다'를 읽고 피눈물을 흘리며 내가 몇 년간 굴리던 아이디어 하나를 던져버린 적이 있다. 더 낫게 쓸 순 없겠다, 하고 어딘가에 적었던 기억이 난다. 용의 이는 그런 전작들에 비한다면 특별히 재기 넘치거나 하진 않지만, 그/녀(들)이 제대로 성장하고 있다는 인상을 준다. 그는 아마도 전략적인 이유 - 또는 개인적인 포부 - 에 의해 바로 지금 여기에 필요한 장르(우리 동네 SF)를 쓰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길에서 제대로 된 걸음을 시작했다 - 라는 이야기다. 서두에서 꺼낸 '제대로'를 이제 겨우 설명했다. 듀나는 이제 한 사람의 몫의 작가 노릇을 하기 시작했고, 그의 넘치는 아이디어와 제반 지식은 익히 아는 바이니까 스스로 부끄러운 글은 쓰지 못할 거란 걸 안다. 하나만 더 부탁하자면, 앞으로 다작만 한다면 더 바랄 게 없겠다.
처음 이 책을 살 때는 쉽게 봤는데, 사실은 읽다가 몇 번이나 관두려고 했다. 평소 습관처럼 화장실에서 읽다간 변비가 생기고 말 것이다. 이동 중이라면 멀미 기운에 이은 구역질을 조심해야 한다. 교정을 보다 말았는지 중반 이후 심각하게 질이 떨어진다. 심한 경우 한 쪽에서 오타를 세 개나 발견한 적이 있다. 교정자가 구역질이 나서 관뒀나 보다. 번역도 꽤 좋고 양도 많아서 완성도가 높은 책인데 아쉽게 됐다. 읽다 보면 하긴 그럴만도 하다는 생각이 들긴 한다. 아무 페이지나 세 번 펼쳐서 그 중 제일 심한 구절이나 단락을 옮겨 적어 보겠다. 온순한 미 중서부의 농사꾼으로 시체의 피부를 덮어쓰고 돌아다닌 에드 게인 같은 이들에게서 우리는 죽음의 신에게 의식을 행한 고대 아즈텍의 사제를 어쩔 수 없이 떠올리게 된다. 밀워키의 아파트에 해골과 뼈, 신체 각 부분들로 만든 이교도 제단을 쌓아놓고 죽은 희생자들의 '정기'를 빨아들이려고 한 제프리 다머도 마찬가지다. 혹은 말쑥한 젊은 법대생이면서도 피에 대한 갈망에 압도되어 늑대인간처럼 돌변해 잔인한 짓을 저지른 테드 번디도 그러하다.
312~313. 평화로운 쪽이었다. 번디는 1974년 1월에 첫 살인을 저질렀다. 18세 여대생의 지하방에 침입한 뒤 침대 기둥으로 쓰는 쇠파이프를 뽑아 여자의 머리를 내리쳤다. 그리고 여자의 질 속에 쇠파이프를 꽂았다. 엄청난 고통을 겪은 여대생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그녀는 운이 좋았다. 살아남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소 30명이 넘는 다른 젊은 여성들은 번디의 손에 목숨을 잃었다.
음, 번디가 또 나와서 연결되는 것처럼 보일지 몰라도 좀 더 앞의 다른 쪽이다. 207쪽. 크라프트 에빙 박사는 자신의 저서에서 그밖에 다른 괴물들의 사례들도 언급했는데, 그 중에는 '프랑스의 리퍼' 조제프 바셰에 대한 이야기도 실려 있다. 그는 1890년대에 가위, 손도끼, 칼을 지니고 시골을 돌아다니면서 남녀를 가리지 않고 상대를 목 조르고, 칼로 찌르고, 내장을 적출했으며, 성기를 훼손했다. 독일의 사이코킬러 레게르는 '12세 소녀를 붙잡아 강간하고, 성기를 훼손했으며, 심장을 뜯어내 먹었고, 피를 마셨으며, 유해는 매장했다.' 그밖에도 크라프트에빙은 보스턴의 '소년 미치광이' 제시 포메로이에 대해서도 거론했다. 포메로이는 네 살배기 소년을 외진 해변으로 데려가서 주머니칼로 아이의 목에 상처를 입혔고, 가슴과 배를 10여 차례나 찔렀으며, 한쪽 눈을 찌르고, 또 음낭을 잡아 뜯어서 고환이 흘러나오게 내버려 둔 청소년 리퍼였다는 것이다. 376~377쪽은 전부 유사한 내용으로 가득 차 있다. 이 글은 스프링노트에서 작성되었습니다.
역시 내가 제일 좋아하던 두 사람이 먼저 책을 내는군요.  한유주의 달로.
 이인협(사진)의 지하철로 떠나는 365일 현장 체험 학습. 어린이 책이지만 뭐 어떻소. 무려 '여름방학 이벤트 대상 도서'인 걸!
한 때 이 둘을 엮어주려고 궁리도 많이 했었죠! 히히. 이보게, 친구! 자네 책은 언제인가! 요즘은 책 내는 것도 경쟁력이라네.
난 어릴 때 책을 많이 읽었다. 처음엔 전래동화 전집이었다. 그리고 메르헨. 그리고 ABE. 그리고 플루타아크 영웅전과 치티치티 빵빵과 초한지와 백경과 라스트 모히칸이 들어 있는 2층 형네 80권짜리 문학 전집. 백과사전 두 질을 몇 번씩 읽고, 그중 곤충 챕터는 닳도록 다시 읽었다. 하다못해 집을 뒤져 족보와 수상(손금)까지 읽었다. 어릴 때 책을 많이 읽는다는 건 좋은 점도 있고 나쁜 점도 있다. 예를 들어 초등학교 삼학년 때 백경을 읽었는데, 옛날에 읽었으니까, 하고 평생 다시 읽지 않는다면 이 어찌 슬픈 일이 아니겠는가? (네, 그 뒤로 안 읽었어요.) 그렇지만, 내가 어려서 읽었기 때문에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하는 책도 있다. 정확한 제목은 기억이 안 나지만, '우리 아이 어떻게 키울 것인가' 운운하는 책이었다. 난 그걸 욕실에서 발견하고 좋다고 하며 열심히 읽었다. 물론 그런 책이 누구에게나 도움이 되는 건 아닐 거라고 생각한다. 비슷한 예로 목적을 아는 심리테스트는 정확하게 나오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내겐 큰 도움이 되었다. 그런 책은 아이의 행동이 실제로 어떤 의미가 있는가를 풀어서 설명하는데, 반대로 나는 부모가 왜 저런 식으로 이야기하는지 알게 되었고, 덕분에 좀 덜 성가시게 컸으리라고 생각한다. 다른 사람을 어떻게 이해하고 조작하는가에 대한 책들이 종종 발간되고 인기를 끈다. 우리가 표현하는 것은 내재한 것 전부가 아니고, 또 전혀 아니기도 하기 때문일 거다. 만약 우리의 상대가 타인을 조금도 이해하지 않으려 애쓰는 그런 부류가 아니라면, '내가 당신을 상대하려면 이런 도구가 있어야 한다는 것'을 슬쩍 내비치는 것만으로도 기대하는 효과를 볼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상사 사용 설명서' 이런거 말이다. 나는 팀에 신규입사자가 들어오면 직접 쓴 대응 매뉴얼을 가지고 일을 처리하는데, 요즘엔 매뉴얼을 직접 건네준다. 비록 확률은 반반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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